[19.02.08] 한국인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은 제주도의 예멘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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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9-02-08 작성자 : 유엔난민기구 조회 : 20895
한국인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은 제주도의 예멘 식당
예멘인이 요리하고 서빙하는 ‘와르다’에서 난민과 제주도민은 음식으로 하나가 된다.
글 신혜인 유엔난민기구 공보관
사진/영상 닐 조지 (Neil George)
제주도, 대한민국, 2월 9일 - 제주도에 예멘 식당이 생겨나기 전까지 김희열(40)씨는 예멘의 음식은 물론, 전쟁으로 파괴된 예멘이라는 국가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와르다 레스토랑에서 예멘 요리사가 만들고 예멘 종업원이 가져다 준 케밥과 플랫브레드, 후무스를 맛보며 그녀는 예멘에 대해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한국인, 예멘인, 관광객들이 어우러진 금요일 저녁 와르다를 방문한 희열씨는 “예멘 사람들이 만들고 서빙하는 음식을 먹으니 그 국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된 것 같다”면서 예멘인 종업원이 번역앱까지 사용해 한국어로 주문을 받으려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이분들이 한국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여요.”
지난 봄, 내전으로부터 피신한 500여 명의 예멘 난민신청자가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도는 무사증 제도를 통해 매년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받는 휴양섬이지만 비교적 큰 규모인 난민신청자의 일시도착은 난민이나 무슬림에 대한 정보가 제주도와 대한민국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와르다는 난민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분위기를 조금씩 바꾸어나가고 있다.
제주 와르다 레스토랑의 사장님과 직원들
와르다의 사장 하민경(38) 씨는 지난 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지했던 돈을 숙박비로 다 써버린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노숙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즉시 자신의 전통무용 연습실을 난민들에게 개방했다. 아랍어로 꽃이라는 뜻의 와르다는 예멘인들이 민경씨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제게는 쉬운 일이었는데 예멘분들이 너무 고마워해서 오히려 부끄러웠어요. 비어있는 연습실을 열어주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는데”라고 말하는 민경씨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수개월간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돕고 그들과 우정을 나누며 민경씨는 제주도에서 정식 할랄음식을 구하기 어렵고, 때문에 많은 예멘인들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인과 예멘인 친구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민경씨는 고민 끝에 제주도의 첫번째 예멘 식당인 와르다를 열게 되었다.
와르다 레스토랑은 케밥, 쌀, 팔라펠, 아그다치킨, 후무스 등 중동지역의 대표적인 할랄 음식을 팔고 있다. 예멘 손님은 반값에 식사를 할 수 있다.
예멘 난민신청자이자 와르다의 단골인 모하메드 알리(37)는 제주도에 할랄 음식점이 생긴 것이 무척 기쁘다.
“고향의 맛이에요. 예전에는 채소만 먹었어요. 한국 가게에서 파는 닭이 정식할랄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요.”
와르다의 또 다른 단골인 나단 데완은 미국에서 왔다. 4년 전 제주도에 정착한 그는 현재 공립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식에 공감합니다. 또 음식은 한 사람의 퍼스널리티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주 좋은 매개체잖아요. 문화적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이런 곳이 있어서 무척 좋습니다.”
예멘에서 계속되는 내전과 절박한 상황들로 인해 230만 명의 예멘인이 국내실향민이 되었으며, 2천 만 명 이상의 예멘인이 인도주의적 원조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7만 명의 예멘인은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되었다.
유엔난민기구는 예멘 현지에서 인도주의 구호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그 누구도 안전히 예멘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진단한다.
민경씨는 와르다 레스토랑이 한국인, 예멘인 그리고 관광객이 어우러져 음식을 통해 교류하고 서로 교감하는 장이 된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
“작년에 제게 누군가가 예멘 음식점을 차리게 될 거라고 말했다면 웃었을 거예요. 예멘 사람들이 제주도에 도착하기 전까지 예멘이라는 국가가 있다는 것도, 난민이 누구인지도 잘 몰랐거든요.”
대한민국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4만9천 명 정도의 난민신청을 받았으며 현재 2,900명을 난민 혹은 인도적 체류자로 보호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찾는 난민들의 국적은 파키스탄, 중국, 시리아, 예멘 등으로 다양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신청자 484명 중 대다수에게 인도적 체류허가를 부여했으며 두 명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56명은 난민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따라서 바로 송환이 되지는 않는다.
와르다의 종업원인 사미 알바드니(23)는 한국인들의 이해를 호소했다.
“우리는 돈이나 더 나은 직장을 찾아 한국에 온 것이 아닙니다. 한국이 안전한 국가이고 또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에 이곳에 왔어요. 우리는 지금,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예멘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돌아가면 우리는 죽을 거예요.”
와르다의 35세 주방장인 모하메드 아민 알마마리의 소원은 평화가 찾아온 예멘에 안전히 돌아가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서로 다른 인종, 문화, 종교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예멘인들을 보아달라고 호소했다.
와르다 레스토랑에서는 난민과 지역주민이 사람 대 사람으로 공감하며 교류할 수 있는 희망이 얼핏 보인다. 식사를 마친 김희열씨는 난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누구든 미지의 존재를 두려워할 수 있죠. 하지만 그 두려움이 미지의 존재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정부가 난민을 보호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책무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영상 모두 자유 게재 가능합니다. 단, 출처명기 (출처: 유엔난민기구 (UNHCR)) 반드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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