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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흑산이 형, 나도 형처럼 코리안 드림 이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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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8-07-23 작성자 : 유엔난민기구 조회 : 4012


"흑산이 형, 나도 형처럼 코리안 드림 이룰래요"

 카메룬에서 동료들과 포즈를 취한 이흑산(왼쪽). 함께 한국으로 온 길태산(오른쪽). [사진 이흑산] 카메룬에서 동료들과 포즈를 취한 이흑산(왼쪽). 함께 한국으로 온 길태산(오른쪽). [사진 이흑산]

사각의 링 위에서 또 하나의 코리언 드림이 자란다. 카메룬 출신 ‘난민 복서’ 이흑산(35·본명 압둘레이 아싼)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한 길태산(31·사진)이 주인공이다.
 

- 카메룬 난민 복서 신인왕전 결승행
- 신인왕전 우승자·체전 2위 등 연파
- 한국명 '길태산' 큰 산 되라는 뜻


길태산은 지난달 31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신인 최강전 배틀 로얄 수퍼미들급(76.19㎏) 준결승에서 백대현(20)을 3-0 판정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배틀 로얄은 복싱매니지먼트가 주최하는 대회로 과거 한국권투위원회(KBC)가 개최하던 신인왕전과 같은 성격의 대회다. 프로 데뷔 이후 3연승을 달린 길태산은 이규현(24)과 5월 초 열리는 결승에서 맞붙는다.
 
카메룬 출신 난민 복서 길태산의 본명은 장 두란델 에투빌이다. 지난해 수퍼웰터급(69.85㎏) 한국챔피언이 된 이흑산과 함께 군에서 복싱을 했다. 카메룬은 폴 비야(85)가 1982년부터 장기집권 중인 독재국가다.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혹행위까지 당했던 길태산과 이흑산은 2015년 10월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출전을 앞두고 무작정 숙소를 이탈했다.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 난민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고 지내던 캐나다 여성복서 에이미의 도움을 받아 그는 천안에서 복싱을 계속할 수 있었다. 에투빌은 2016년 11월 국내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프로복서의 꿈을 키웠다. 
 

길태산

길태산

하지만 그 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6개월마다 체류연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서류를 늦게 제출한 탓에 외국인 보호소에 덜컥 수감된 것이다. 강제 추방을 당해 본국으로 돌아가면 징역형은 물론이고, 사형까지 당할 수도 있었다. 프로복서로 조금씩 이름을 알린 선배 이흑산은 난민 지위를 받았지만 에투빌은 두려움에 떨며 수용소 생활을 했다. 이흑산은 “에투빌 때문에 늘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다행히 에투빌은 법무법인 APIL 이일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10개월 만에 난민 자격을 얻었다.
 
천신만고 끝에 자유의 몸이 됐지만 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복싱으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챔피언인 이흑산이 받는 대전료는 100만원 안팎이다. 그 중 실제로 받는 금액은 절반 정도다. 에투빌은 기초생활 수급자격을 얻어 정부로부터 매달 48만 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생계를 유지하기엔 부족하다. 길태산은 복싱만으론 먹고살기 어렵자 공장에 취직하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에투빌은 다시 한 번 복싱 글러브를 꼈다. 그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후원자가 나타난 덕분이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는 후원 덕분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천안 돌주먹체육관 최준규(36) 관장의 지도로 프로 무대 복귀를 준비했다. 후원자의 성 ‘길’씨에 클 태(泰), 뫼 산(山) 자를 붙여 ‘길태산’이란 한국 이름도 지었다. 최 관장은 “지난해 9월 체육관을 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태산이를 만났다. 공백기간이 길어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최 관장의 걱정은 기우였다. 유연하고 힘이 좋은 ‘길태산’은 글러브를 다시 끼자마자 KBC 신인왕전 우승자와 전국체전 은메달리스트를 차례로 꺾었다. 최 관장은 “길태산은 정말 성실하다. 하루하루 기량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였다”고 했다.
 
길태산의 꿈은 목숨을 걸고 함께 탈출한 선배 이흑산처럼 한국 챔피언이 된 뒤 세계 무대를 노크하는 것이다. 최준규 관장은 “태산이와 함께 한국을 넘어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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