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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6개월째 인천공항에 갇혀 사는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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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9-07-09 작성자 : 유엔난민기구 조회 : 2396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98717.html


6개월째 인천공항에 갇혀 사는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


부부와 10살 미만 네 자녀, 공항서 기부 물품으로 겨우 지내
‘난민인정 회부’ 심사에서 ‘불회부 결정’ 받아 난민신청도 못해
난민과함께공동행동 “공항 구금 난민들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루렌도 부부의 딸. 최윤도 두리미디어 편집장 제공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루렌도 부부의 딸. 최윤도 두리미디어 편집장 제공

루렌도 은쿠카 가족은 콩고 출신 앙골라 국적자다. 잦은 전쟁 등으로 인해 앙골라 지배층이 콩고 출신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과정에서 루렌도 가족도 앙골라 경찰에 의해 불법 구금을 당하는 등 박해를 받았다. 루렌도는 이 과정에서 경찰에 고문을 당하기도 했고, 부인은 경찰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달 동안 앙골라에서 쫓겨난 콩고인은 33만명에 이른다. 루렌도 가족도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한국행을 결정했고, 앙골라에서 관광 비자를 받아 지난해 12월28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루렌도 부부와 네 명의 아이들은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됐고, 여권마저 압수당했다. (▶관련 글 : [왜냐면] 인천공항의 루렌도 가족에게 / 김어진)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루렌도 은쿠카와 그의 딸. 최윤도 두리미디어 편집장 제공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루렌도 은쿠카와 그의 딸. 최윤도 두리미디어 편집장 제공

루렌도 가족은 지난 1월9일 ‘난민신청을 할 만한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난민인정 회부 심사를 받았는데, 불회부 통보를 받았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루렌도 가족을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으로 루렌도 가족은 난민인정 신청을 할 수조차 없게 됐다. 인천공항에서 난민심사에 회부되지 못하면 통상 7일 이내에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지만, 이 안에 행정소송을 걸면 소송 기간에는 공항에서 거주할 수 있다. 루렌도 가족은 앙골라로 강제 송환되면 죽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송환을 거부하고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냈다. 하지만 지난 4월25일 이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이들은 항소심 재판을 기다리며 20일까지 6개월째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지역에 체류하고 있다.

루렌도 가족은 현재 어떤 상태일까. 인천공항 면세구역에 들어가 루렌도 가족을 여러 차례 취재한 최윤도 두리미디어 편집장은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대여섯번 이 가족을 만났다. 만날 때마다 이들의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편집장은 “이들은 출국자가 전해주는 음식과 생필품을 받아 겨우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렌도 가족과 함께하는 사람들’ 모임은 페이스북 계정 등을 통해 출국 예정자를 모집해, 이들 편에 루렌도 가족에게 줄 물건을 전달하고 있다.

최 편집장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면, 이들은 복도 한쪽에 소파를 붙여 생활하고 있다. 10살도 채 되지 않은 네 명의 아이들은 밝은 불빛과 건조한 공기, 먼지와 소음 속에서 새벽 2시가 넘어도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인다고 한다. 루렌도 부부의 자녀들에게 ‘엉클레’(아저씨)로 불리는 최 편집장은 “아이들을 괴롭히는 사람도 있다”며 “그래서 내가 갈 때마다 아이들이 화장실에 같이 가달라고 조른다.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루렌도 가족.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제공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루렌도 가족.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제공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루렌도 부부의 자녀들. 최윤도 두리미디어 편집장 제공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루렌도 부부의 자녀들. 최윤도 두리미디어 편집장 제공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루렌도씨 가족.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제공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편의시설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루렌도씨 가족.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제공

최 편집장은 가족의 건강 상태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 편집장은 “5월 말에 가족을 만나러 갔더니 둘째 아이가 배가 아파 아무것도 못 먹고 있었다. 루렌도 부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보고만 있더라”라며 “너무 안타까워서 인천공항 구급대를 부르고 긴급 상륙 허가를 받아 병원에도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20일 인천국제공항 법무부 출입국서비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제1의 규모와 시설을 자랑하는 이곳이 많은 난민에게 감옥과 지옥이 되고 있다”며 “공항 구금 난민들이 자유를 찾아 우리와 이웃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2018년 난민신청 및 처리 현황’을 보면, 지난해 한국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은 1만6173명으로 1994년 난민인정 신청 접수를 시작한 이래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2018년 난민인정 심사가 완료된 사람은 3879명인데, 이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144명으로 3.7%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은 29.8%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4.8%이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514명이다.

2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이 루렌도 가족의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이 루렌도 가족의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내어 “루렌도 부부의 건강 상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10살도 채 되지 않은 네 자녀는 충분한 영양과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임에도 제대로 된 교육도 반년째 못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이지만 아동인권을 위한 최소한의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루렌도 가족의 항소심 재판은 오는 7월 열릴 예정이다.

영종도/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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