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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 한국에서 거부당하는 무국적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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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07-01 작성자 : 유엔난민기구 조회 : 6002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90315.html?_fr=mt0


한국에서 거부 당하는 무국적 아이들




[탐사기획] 부끄러운 기록 ‘아동 학대’ ⑤ 미제

외국국적일땐
시설 입소조차 못해

여자아이의 이름은 메리모라다. 2012년 8월23일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났다. 한주 내내 33~35도까지 끓던 도시가 이날만 28도였다. 여름비 덕분이다. 우연일 것이다. 이날 안산이 전형적인 8월의 나이로비(케냐의 수도) 날씨였다는 사실은.

메리모라는 케냐인이다. 아빠(38)가 케냐인, 엄마(29)는 중국동포(조선족)다. 2013년 7월 입원하며 아동학대 징후가 처음 포착됐다. 첫돌도 맞기 전이었다.

안산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장조사를 통해 ‘미숙아가 제대로 보호, 치료받지 못한다’는 점 등을 들어 ‘아동학대’로 판정했다. 본격 관리에 나섰다. 7월19일이었다. 그러나 메리모라는 두달 뒤(9월10일) 숨을 거뒀다. 첫돌이 갓 지난 뒤였다.

그사이 새로 얻은 뇌출혈이 사인이었다. 의료진은 “(8월초) 누군가 아동의 머리를 때리거나 떨어뜨린 것”이라고 추정(검찰은 이후 무혐의 처리함)했다.

‘외국인’ 메리모라가 학대에 처한 경로는 내국인과 다를 바 없다. 부모간 갈등과 무책임에서 시발했다. 아빠는 어학연수 비자로 입국한 연수생이었다. 7월 한달간 어학당 수업이 있는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1살 메리모라는 혼자였다. 엄마는 가출 상태였다. 엄마는 “아이를 양육할 생각이 전혀 없고, 남편에 대한 분노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고 말했고, 아빠는 “아내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친자 검사를 신청했다.

학대의 경로는 같았으나 결과는 외국인이어서 크게 달랐다. 메리모라의 방임 상태를 포착한 기관은 영아 입소가 가능한 지역 아동보호시설에 입소 의뢰를 했다. 거부됐다.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아이돌보미’를 신청했다. 거부됐다. 모두 외국인이란 이유에서였다.

아동복지법상 보호대상 아동을 발견하거나 보호자 의뢰를 받은 때엔 자치단체장이 보호조치해야 하고 시설의 입·퇴소도 결정한다. 시설 수급자는 기초생활수급권자에 준해 국가로부터 생계비, 의료비, 학비 등을 지원받는다. 문제는 수급 자격을 판단하기 위해선 반드시 아이의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명애 안산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안산엔 다행히 외국인 전용 어린이집이 있어 그곳도 마지막으로 알아보았으나 메리모라에겐 병이 많아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아동복지센터의 한경숙 팀장은 “전국 어느 시설이든 아이 출생신고가 안 되거나 아예 외국 국적일 땐 국비지원이 안 돼 입소가 어렵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라며 “7살에 입국해 15살이 됐는데 부모가 불법체류로 강제출국당한 아이가 시설수급자로 입소되지 못한 사례도 봤다”고 말했다. 그 나라로 돌아갈 수도, 이 나라에 정주할 수도 없는 무국적자들의 이야기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실천수칙엔 “아동의 인종, 성별, 종교, 언어 등에 따른 차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전문가들도 널리 인지하지 못한, 그래서 꼭 지적해야 할 문제다. 나라가 관리 못 하거나 안 한다는 점에서 출생등록되지 않은 채 얼마나 숨지는지도 모르는 내국인 아이들 보호 문제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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