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23] 그리스에서 집 없이 생활하던 난민 아동들, 유럽에서 새 삶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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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1-12-23 작성자 : 유엔난민기구 조회 : 7402
그리스에서 집 없이 생활하던 난민 아동들, 유럽에서 새 삶 찾아
그리스의 개정된 난민 관련 법과 이주 프로그램이 거리 생활을 하던 수백 명의 보호자 미동반 난민 아동들을 돕고 있다.
최근까지 그리스에서는 많은 보호자 미동반 난민 아동들이 길에서 지내거나 혼자 난민촌에서 사는 일이 발생했다. ⓒ UNHCR/Alfredo D’Amato
*아베드(Abed)는 열 한 살에 이란에 부모와 형제자매를 남겨두고 유럽으로 향하는 길고 위험한 여행을 시작했다.
아베드의 가족은 모국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란으로 도피한 상태였지만, 체류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추방될까봐 끊임없이 두려워하며 살았다. 이들은 체류를 증명하는 서류가 없어 교육과 같은 기본적인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아베드는 처음에 삼촌과 함께 여행했다. 이들은 해가 진 뒤에 걸었고, 총격과 구금을 피해 목숨을 걸고 도망쳐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마침내 터키에 도착했을 땐 밀수업자의 명령에 따라 비좁은 환경에서 몇 달을 보냈다.
아베드와 삼촌은 네 번의 시도 끝에 터키에서 그리스까지 에게 해(Aegean)를 건너는 데 성공했다. 아베드는 "터키에서40명의 사람들과 함께 배를 타야 했다"며 "너무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아베드가 레스보스(Lesvos)섬에 도착한 것은 2019년. 이 때, 아베드의 삼촌이 자신의 곁을 떠나면서 아베드는 거리 생활을 하거나 난민 캠프의 불안정한 환경에서 혼자 살던 1,000여 명 이상의 보호자 미동반 난민신청자 아동 중 한 명이 됐다.
공식 시스템 밖에 존재하는 난민 아동들은 미등록 상태다. 이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과일을 따거나 가짜 담배를 팔았다. 많은 난민 아동들이 당국에 의해 구금됐으며, 성적 착취를 당하거나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도 있었다.
2020년 말, 유엔난민기구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그리스 정부는 길거리에서 생활을 한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보호자 미동반 난민신청자 아동들을 구금할 수 없도록 하는 새로운 법을 도입했다. 이 개정법은 올해 1월 난민 아동들을 위한 지원과 안전망을 제공하는 비상 대응 정책을 도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현재 난민 신청 아동들 중 대다수는 공식 임시 거처에서 지내고 있다.
아베드는 레스보스에서 두 달 정도 지낸 뒤 그리스 본토로 떠나 홀로 살다가 그리스 북부 캠프의 미등록 임시 난민 캠프에서 생활했다. 몇 달 후 한 시민단체가 아베드를 발견한 뒤 유엔난민기구에게 연결했고, 2020년 말 유엔난민기구는 아베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재정착하는 것을 권고했다.
- 더보기: 자세한 사항: 보호자 미동반 아동의 그리스에서 다른 유럽 연합 국가로 재정착
자발적인 재정착은 그리스와 같이 난민 신청자들이 많이 오는 나라의 책임을 일부 분담하기 위해서 다른 국가로 재정착하는 것을 돕는 방안이다. 2020년 봄에 설립된 이 프로그램은 그리스 이민 및 난민신청부(Ministry for Migration and Asylum)가 주도하고 있으며, 유럽 연합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협력 시민단체, 유럽 난민신청 지원 사무소 (European Asylum Support Office),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IOM), 유니세프(UNICEF)와 협력해 1600여명의 보호자 미동반 난민 신청 아동, 그 가족을 포함한 총 5200여명의 난민신청자와 난민의 재정착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의료 지원이 필요한 아동과 가족들도 포함돼 있다.
11월 말 기준으로 4480명 이상의 사람들이 그리스에서 14개의 유럽 국가로 재정착했으며, 이 중 1065명 이상이 보호자 미동반 아동이다.
보호자 미동반 아프간 난민 아동 두 명이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프랑스행 비행기 탑승 준비를 하고 있다. ⓒ UNHCR/Achilleas Zavallis
그리스의 보호자 미동반 아동 보호 특별장관 (Special Secretary for the Protection of Unaccompanied Minors) 아이린 아가피다키(Irene Agapidaki)는 "재정착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보호자 미동반 아동들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가피다키 장관은 "(재정착 프로그램은) 최전방 국가들이 아동 보호 생태계를 갖추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면서 “이전에는 5,500여 명의 보호자 미동반 아동들이 있어서 어려움이 컸다”고 덧붙였다.
유엔난민기구는 보호자와 떨어져 노숙 생활을 하는 아동이 재정착 프로그램에 포함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들 중 수십 명은 이미 유럽으로 재정착했다.
가족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올해 7월 말, 13세가 된 아베드는 드디어 아일랜드 더블린에 정착했다.
"사람들이 제가 아일랜드로 이사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정말 믿기지가 않았어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멋졌어요." 아베드는 말했다.
아베드는 아일랜드 국가아동가족국 (Irish State Child and Family Agency, TUSLA) 소속 사회복지사들이 공항에서 아베드를 환영했다. 국가아동가족국의 사회복지사인 토마스 더닝(Thomas Dunning)은 현재 아베드가 새로운 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저는 매일 학교에 가요. 제 침실도 있어요!"
더닝 사회복지사는 "아베드의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24시간 돌봄과 관심, 필요한 통합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 가보는 것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아베드는 "매일 학교에 가고, 좋은 음식도 먹고, 좋은 사회복지사도 있고, 제 침실도 있다"며 좋아한다.
아베드에게는 곧 친구 두 명과 함께할 예정인데, 이들은 그리스에서 아베드와 잠시 방을 같이 썼던 보호자 미동반 아동들이다.
보호자 미동반 난민 아동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그리스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유엔난민기구의 아동보호 사무관인 테오도라 초빌리(Theodora Tsovili)는 재정착 프로그램이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정치적 의지에 의존하는 임시 정부 계획으로만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초빌리 아동보호 사무관은 "유엔난민기구는 회원국들과 함께 정기적인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한 다년 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재정착 기회를 제공하도록 도울 것이며,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보호자 미동반 난민 아동들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드가 아일랜드에서 공식적인 난민 지위를 얻으면, 길고 복잡한 과정이긴 하지만 가족 재결합을 신청할 수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지난 10월, 각국에 아프가니스탄 인도주의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아베드와 같은 아프간 난민에 대한 가족 재결합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지금 아베드는 친구들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저는 미래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가족이 올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저는 배구를 하고 싶어요!"
*신변 보호를 위해 아동의 이름을 변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