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03] 강제 실향민 목소리 대변하는 난민 의회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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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2-06-03 작성자 : 유엔난민기구 조회 : 6305
강제 실향민 목소리 대변하는 난민 의회 출범
스위스에 사는 난민들, 난민 권리 옹호하는 플랫폼 구축
600년 이상 스위스 지역 권력의 자리를 상징하는 베른의 한 중세시대 시청 건물에서 에리트리아 출신 슬라딘 로모단 (34) 씨는 살면서 처음으로 투표했다. “느낌 좋은데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슬라딘 씨는 스위스 구석구석에 터전을 잡은 난민 90여 명 중 한 사람으로, 이들은 두번째 스위스 난민 의회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행사는 난민에게 중요한 문제를 의논하고, 난민의 목소리를 외부에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저의 미래, 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결정에 참여하고 싶어요.”
슬라딘 씨는 2016년부터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스위스에서 살고 있다. 현재 지역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수습 교육을 받고 있다. 슬라딘 씨는 스위스에서 삶의 기반을 마련한 것을 감사하게 여기지만, 스위스 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통합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제가 스위스에 있는 한, 저와 아이들의 미래의 결정하는데 직접 참여하고 싶어요.”
슬라딘 씨와 스위스 시민 단체인 ‘National Coalition Building Institute (NCBI)’에 소속된 다른 난민들은 유엔난민기구를 비롯한 다른 기관들의 도움으로 난민 의회를 출범하기 위해 작년에 모였다.
보통 의회와 마찬가지로 참여자들은 위원회를 꾸려서 의제를 준비한 뒤 총회에 안건을 상정해 투표한다. 총회가 열리면 각 위원회 대표들이 연단에 선다. 의장이 참여자들에게 투표를 요청하기 전까지 위원회 대표는 각 의제를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참여자들은 찬성에는 녹색 카드, 반대에는 빨간 카드를 들어 투표한다.
이날 회의에서 밝은 분홍색 히잡을 두른 빨간 원피스 차림의 한 여성이 회의실을 돌아다니며 질문에 답하고 회의 참석자들을 도왔다. 이 여성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나히드 하이다리 (25) 씨로 난민의회 공동 설립자이자 주최자다. 그는 스위스에서 어머니, 형제 자매 다섯 명과 2011년부터 살고 있으며, 스위스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저는 스위스 사람이에요.” 그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 스위스 학교의 친한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에리트레아 출신 슬라딘 로모단 (34) 씨가 난민 의회가 열리는 마을 사무소 밖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히드 하이다리(25) 씨는 난민 의회 공동 설립자 겸 주최자다.
위원회 대표들이 연단에 서서 안건을 제시하고 있다.
대학생인 나히드 씨는 무슬림 여성이자 난민으로서 이겨내야 할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그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난민들을 돕기로 굳게 결심했으며, 난민 의회가 스위스 정치에서 난민들의 더 잘 대변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히드 씨는 “지금까지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대화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선거와 같은 정치적 참여에는 귀화와 같은 법적 조건이 있었기에 우리 목소리는 배제됐다’면서 “난민의회가 인식을 제고하고 난민들의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길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관과의 연합체 구축을 논의하는 위원회를 대신해 연단에 선 슬라딘 씨는 난민들의 고등교육과 이 과정에서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난민의 고등교육은 그가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스위스 대학에서 석사 과정도 밟고 싶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스위스에서 통합은 어렵지 않아요. 어려운 점은 교육 과정이 난민들의 기회를 제한한다는 점입니다.”
열띤 논의 끝에 참여자들은 난민에게 가장 중요한 의제 10건을 선택했다. 이날 안건에는 △ 스위스에 있는 모든 난민들의 권리 △ 장애를 가진 난민들의 보험 범위 △ 비호 신청 기간 동안 정신 건강 서비스 제공 △ 언어 수업과 훈련, 그외 학습권과 노동 시장 참여 보장 등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난민 일부는 그들의 안건을 전달하기 위해 스위스 국회를 찾았다. 지난 2년간 스위스 국회의원들은 난민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베른에서 열린 난민 의회에 참여했다. 나히드 씨는 “정치인들이 우리를 처음으로 만난 뒤 이 모든 이야기 뒤에는 신분증이 아니라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매체가 난민 의회에 보여준 관심은 난민 의회에 상정된 안건이 더 많은 스위스 사람들에게 닿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민 의회 주최 측은 더 큰 계획을 갖고 있다. 정치적 성향과 상관 없이 국회의원들과 의미 있는 소통을 강화하고, 스위스 모든 주에 난민 의회를 설립하고자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는 정치적 의사 결정이 분권화되어 있는 스위스 연방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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